삶의 외곽에서 바라다보는 세상은
보이지 않는 담이었다
오르다가 지치면
더 멀어지던 불빛
담벼락아래 돋아나던
젖은 꿈
소름 돋도록
몰려오던 한기
음지에 자라던 목숨들이
숨을 놓을 때마다 생각했다
삶은 어쩌면,
죽음보다 긴 것인지 모른다고
비집고 들어간 세상의 한 틈
모서리에 발을 디디고
켜지지 못한 꿈을 홀로 삼키며
불꺼진 등(燈)으로
아직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세상의 담에 얽힌 세월
구름처럼 떠다니다가
가끔 건너다보는 불빛
오늘따라
더욱 고독해 보인다
혼자임을 아는 것
이외수
울고 있느냐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해서
우는 너의 모습을 숨길 수 있을것 같더냐
온몸으로 아프다며 울고 앉아
두팔로 온몸을 끌어 안았다해서
그 슬픔이 새어 나오지 못할것 같더냐
스스로 뱉어놓고도 미안스러워 소리내어 울지도 못할 것을
왜 그리 쉽게 손 놓아 버렸느냐
아픈 가슴 두손으로 쥐어 잡았다해서
그 가슴안에서 몸부림치는 통증이
꺼져가는 불꽃마냥 사그러지더냐
너의 눈에 각인시키고 그리던 사람
너의 등뒤로 보내버렸다해서
그사람이 너에게 보이지 않더냐
정녕 네가 이별을 원하였다면
그리 울며 살지 말아야 하거늘
왜 가슴을 비우지 못하고
빗장 채워진 가슴에 덧문까지 닫으려 하느냐
잊으라하면 잊지도 못할것을
까닭없이 고집을 부려 스스로를 벌하고 사느냐
그냥 살게 두어라
그 좁은 방에 들어 앉았다
싫증나면 떠나는 날이 오지 않겠느냐
문득 가슴 언저리가 헛헛해 무언가 채우고 싶어질 때
그때는 네가 나에게 오면 되는 것이라
갈기갈기 찢어지고
피멍들은 가슴으로 온다해도 내가 다 안아 줄 것이라
내게 돌아올 것을 알기에 기다리는 것이라
너는 내 것이기 때문에 내가 다 안을 수 있는 것이라
그래서 오늘 하루도 살아 낸 것이라
살아 간다는 것은 저물어 간다는 것이다
슬프게도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어떤 인연은 노래가 되고 어떤 인연은 상처가 된다
하루에 한 번씩 바다는 저물고
노래도 상처도 무채색으로 흐리게 지워진다
나는 시린 무릎을 감싸 안으며 나즈막히 그대 이름 부른다
살아간다는 것은
오늘도 내가 혼자임을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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