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과 · 시

진짜 이별은...

정병식 2015. 7. 1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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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별은

뒷걸음친다고 피해지는 것이 아니랍니다.

그렇다고 달려다가 맞이 하는 것도 아니랍니다.

그냥 그 자리에서 한 마디의 소리와

한 번의 눈빛으로 마주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진짜이별은

어느 날 걸려오는 한 통의 전화나, 문득 배달된

두툼한 편지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랍니다.

말없이 식어가는 커피와 묵묵한 담배연기,

나를 비껴가는 눈동자, 그리고 "사랑했다는"

고백의 시제에서 예감되는 것입니다.

 

진짜이별은

떠나가는 사람의 뒤통수를 향해

모진 말을 밷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강인함을 보여주기위해

고개 한 번돌리지 않고 씩씩한 듯

아무렇지 않게 걸어가는 것도 아니랍니다.

못내 아쉬운 듯 악수하는 손을 놓지 못하며

자꾸 고개 돌려 그 사람의 빼곡한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진짜이별은

지금, 그 사람의 사진과 편지를 태우고

수첩에서 이름과 주소를 지우는 것이 아닙니다.

하루하루 조금씩 히미해져 가며

마음 한 구석전으로 소흘해지는 것입니다.

 

진짜이별은

마음을 가지고 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아닙니다.

웬지 모를 서운함과 아쉬움을 남기며

나도 모르게 잊혀지는 것입니다.

 

진짜이별은

길모퉁이에서 우연히 마주쳐도 못 본 척

고개를 홱 돌리는 것이 아닙니다.

우연히 만나면 어색해도 스스럼없이

안부를 물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더 이상 그에게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는

내 이름 석 자가 조금쯤은 섭섭하고 서운한 것,

그것이 진짜 이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