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별이 빛나는 밤을 들려주는 새가 있다-

정병식 2015. 8. 1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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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밤을 들려주는 새가 있다

안미숙


눈꽃세상에서 어둠의 자리로
발을 뻗는 겨울의 아랫목으로 바라보는
들창 저 너머에는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있다

삶의 어둠이 길어지는 신음에 귀기울일수록
붉은꽃 열정을 뜨겁게 기억하는
화롯불속에서 탄성이 일어서면
새벽이 오고 있는 것이다

살을 파고드는 가난으로 떨고 있는
창호지를 붙들고 한참을 우는 삶
겨울의 아랫목에서 반짝이는 꿈들을 모아오다
실없이 무거워진 세월 먼저 떠나보낸 길 위에는

고흐의 태양을 향해 솟구치듯 일렁이는
별이 빛나는 밤이 있다

화롯불속 불씨 같은 열정
조금씩 꿈틀거리듯 붉은 꽃잎 터뜨리면
눈꽃세상에는 푸른 생명이 하나둘 깨어나는
키낮은 마을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
한그루 나무의 핏줄 같은 뿌리

오, 그것은
먼 길 돌아오는 가난으로 쏟아내는
아픔의 강물 푸른 사랑으로 이끌어
끝없이 펼쳐진 초록별의 깊고 깊은 바다에서
새벽 같은 밝은 희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고흐의 그림처럼 푸르게 들려주면!

눈꽃세상에서 어둠의 자리로
발을 뻗은 겨울의 아랫목에서 부화하던
부리 붉은 새 한 마리 두 팔을 펼쳐 !
초록별을 향해 날아 오르는
길 눈부시다

*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La Nuit Etoilee. 1889년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