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용혜원
그대 붙잡지 말고 떠나보낼 걸 그랬다
무슨 미련이 남아 있다고
머뭇거리다가 가슴 깊이 아프도록
상처만 만들게 되었을까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잊고 살기가 쉬웠을 텐데
그리움이 밀려오면
가끔씩 하늘이나 한번 보고
가만히 웃고나 말 것을
떠나려 할 때
영영 떠나버릴까 봐
가까이 두고픈 마음에
보내지 못해 망설이다가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었다
떠나버렸을 때
몸부림치더라도
서러움에 울고 말았다면
가슴만 아프고 말았을 텐데
한번씩 떠올리는 추억으로 남겨두었을 텐데
아직도 밀물처럼 썰물처럼
수없이 오락가락하는 마음을
어찌할 수가 없어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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