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과 · 시

커피를 마시며...

정병식 2015. 9. 22. 15:29

 


커피는 지옥처럼 검고 죽음처럼 짙으며
사랑처럼 달콤하지 않으면 안 된다.
ㅡ터키의속담.


아침엔 렁고 아메리카노로 한컵을 마셨다.
에스프레소에 정수된 뜨거운 물을 섞어 마시는 향기있는
스트라잇 커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연갈색의 깊고 풍부한 크레마가 눈을 즐겁게 한다.
카푸치노를 좋아하는 남편의 식성도 맞춰 주었다.
에스프레소에 거품낸 우유와 데운 우유의 비율을
신경쓰고 계피가루를 잊지 말아야 한다.


많은 블로거들이 상념에 젖거나 어떤 상황의 글을 쓸때
흔히" 커피한잔을 들고 창가로 간다" 라는등의 귀절을 쓰는걸 보게된다.
어쩌면 무미한 우리들 일상에서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하기엔 가장 손쉬운 도구가 커피 아닐까싶기도 하다.

오래전 젊을때 남편 따라 로마에 갔을때다.
베네토거리에 있는 카페 드 파리에서 에스프레소 두잔을 주문했다.
쓴커피를 담은 앙증맞은 잔을 들고 조금씩 마시며 옆 테이블을 보았다.
마지막에 설탕을 넣어 득득 긁어먹는 모습이 신기했었다.
긴 만찬을 끝낸 늦은 밤에도 꼭 에스프레소로 마무리하는 이태리 사람들.
건강 차원에서 하루 두세잔의 커피가 이롭다는데서 부쩍 힘을 얻기도 한다.

내 옆엔 그매캐한 금기의 작대기를 빼면 하루가 허전하다는 사람이 있다.
소아병적 행태라고 스스로 해석하고 연민을 느껴 보기로 작정한 내가 아니던가.
아침을 기분 좋게 열어가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의 세포는 아침 커피와 함께 깨어나고 명료해 진다.

 


Baristaㅡ글/ji-su kim.

커피집의 청년은 아름답기도 하지.
부드러운 흰 셔츠에 날이 선 팬츠.
눈이 마주칠땐 캐러멜 향 같은 단내를 풍기지.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블루마운틴,킬리만자로..
야생의 검은 콩처럼 단단하고 부드럽지.
커피집의 청년은 섹시하기도 하지.
커피에 설탕, 그 위에 생크림,에스프레스,마끼아또,카푸치노,라떼..
그의 몸에선 비가 그친 후의 흙냄새가 나지.
가끔은 손가락 위에서 아지랑이도 피어오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