햅번 이야기..

대표성의 원리를 깨우치라

정병식 2015. 10. 24. 13:40



 

[소강석의 꽃씨 칼럼] 대표성의 원리를 깨우치라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지막 날 마라톤 경주에서 황영조 선수가 메인스타디움에 1등으로 들어섰을 때 온 국민은 울었다. 손기정 선수 이후로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마라톤 월계관을 쓰지 않았는가. 그때는 나라를 빼앗겨 손 선수가 가슴에 일장기를 달고 메달을 받아야 했던 서러움과 한이 있었다. 그런데 황 선수가 그것도 일본 선수를 제치고 1등으로 들어왔을 때 현장에 있었던 한인들은 기립해서 함성을 지르고 온 국민은 TV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환호하였다. 그때는 새벽이었다. 나는 목사로서도 울었지만 한민족의 신분으로 울었다. “황영조 만세, 대한민국 만세, 할렐루야, 아멘”을 외치며.

그리고 언젠가 황 선수를 만났을 때 악수하며 “대한민국을 빛내줘서 너무 감사했다”고 인사를 한 적이 있다. 우리는 왜 이렇게 울었는가. 그것은 대표성의 원리가 작용되었기 때문이다. 황 선수는 우리나라와 국민을 대표해서 뛴 것이다. 그러니까 황영조 안에는 대한민국 국민이 다 들어있었던 것이다. 또 황 선수가 뛸 때 우리도 함께 뛴 것이다.

그런데 성경에도 대표성의 원리가 있다. 아담도 하나님과 언약을 맺을 때 개인으로서 언약을 맺은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 태어날 모든 사람들의 대표자로 언약을 맺은 것이다. 그래서 아담이 언약에 실패했을 때 아담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도 다 죄인이 된 것이다. 또 예수 그리스도도 자기 안에 있는 모든 언약 백성들의 머리요, 대표자로 십자가를 진 것이다. 그래서 자기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구원을 받고 영생을 얻게 된 것이다.

구약에서도 제사를 드릴 때 대표성의 원리로 제사를 드렸다. 가정의 대표·족장·제사장이든, 또 회중을 위해서든 제물을 드릴 때는 반드시 수컷을 드렸다. 수컷 짐승은 대표성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도 바울도 교회론을 이야기할 때 대표성의 원리로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가정의 대표는 남편이요, 교회의 머리는 그리스도라고.

이런 대표성의 원리는 지금의 교회와 교계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교회의 궁극적인 머리는 그리스도이지만 조직교회에서의 대표는 목사다. 그러므로 개 교회는 담임목사의 대표성을 인정하고 지지해 주어야 한다. 더 나아가 지역교회들의 연합회가 있다. 그러면 모든 개 교회는 지역연합회를 인정하고 그 대표를 세워주어야 한다. 또 교단 대표는 총회장이다. 따라서 교단에 속한 교회는 다 총회를 존중하고 총회장을 세워주어야 한다.

그리고 교단들이 서로 연합해서 교계 대표기관을 만든다. 그런데 아쉽게도 한국교회에는 연합기관이 너무 난립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기관이 없다. 한마디로 대표성의 원리가 한국교회 안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정부 인사가 타종교는 한 군데만 가면 끝인데, 우리 기독교는 몇 군데를 가야 한다고 푸념을 한다는 말을 들었다. 얼마나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모습인가.

뿐만 아니라 어떤 연합기관에서 정부에 의사 전달을 하면 한국교회의 대표로 인정을 안 한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대사회적이고 대정부적인 대책을 수립할 때는 사안별로 연합기관을 묶어서 특별대책위원회를 만들어야 하겠는가. 이렇게 대표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갈기갈기 찢겨져 있는 한국교회를, 반기독교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본다면 얼마나 비아냥거리고 조롱을 하겠는가.

그래서 어떤 진보 정치인은 “한국교회는 모래알이다. 아무리 교회들이 떠들고 반대해도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고 말하며 반기독교적 정책을 추진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 얼마나 부끄러운 현실인가. 우리가 대표성의 원리를 자각하지 못하니까 이렇게 무력한 모습으로 추락한 것이다. 이제 대표성의 원리를 깨우치자. 아무리 큰 교단이라도 교단 하나로는 힘이 없다. 어떤 연합기관이 큰 세력을 규합했다 해도 대표성이 없으면 소용없다. 하나의 연합기관, 곧 대표성의 기관을 세우기 위한 꽃씨를 뿌려야 할 때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교회는 어느 진보 정치인의 말과 똑같이 되어 버릴 것이다. 이래도 우리는 여전히 이합집산의 모습으로 서 있을 것인가.

소강석 (새에덴교회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