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스리는 글

4월의 눈 2012/04/07 20:35

정병식 2015. 9. 14. 12:54




4월의 눈


어느 날 아침 방송
opening 멘트가 내 귀를
솔깃하게 했다.

음악이 좋아지면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사람이고,

바다를 좋아하면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며,

어머니가 보고 싶으면
지금 힘든 처지에 있는 사람이고,

친구가 보고 싶으면
기쁜 일이 있는 사람이며,

커피를 몹시도
그리워하는 친구는
무언가를 찾고 있는 사람이며
...




나는 그 모든 말들이 공감이 되었는지
멘트를 들으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가장 가슴에 와 닿았던 말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고 하루 종일 맴돌았다.

'힘든 사람은 어머니가 그리워진다...'

이상한 것은
힘든 일이 있을 때
아버지가 보고 싶다는
사람은 없고
대부분
어머니가 보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해병대 신병들이
3주 훈련을 마치고 어머니를 만나는
장면을 보았다.

대부분 신병들은
훈련받은 대로 먼저 어머니에게
군대식 경례를 한 후에는 하나같이
아이처럼 어머니에게 안기며
눈물을 흘리며
어깨를 들썩이었다.

왜 우리는 힘들면 힘들수록
어머니가 더욱 가슴이
시리도록 그리워지며 그 품에
안기고 싶어 할까.

그것은 아마도
모든 사람들이 나를 오해한다 해도
어머니만은
나를 이해하고 내 어깨를
토닥거리며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본질적인 이유는
어머니는 그분께서 모든 가정에 보낸
하나님이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하나님처럼
우리가 말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아신다.

어머니는 하나님처럼
우리가 눈물 흘릴 때 가장 측은한 마음을
갖고 눈물을 닦아주신다.

그러기에 우린
'하나님!' 하고 부르기만 해도
'어머니!' 라고 부르기만 해도
신비스러운 그 무언가에
이끌려 다시 아이로 돌아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지난주에 때 아닌 눈이 내렸다.
4월에 내린 눈을 보고
 걱정 할 사람은 없지만

오히려
봄철에 내린 눈이라
농사에도 많은 도움을 주기에
고맙기만 했다..

그 날도  
약속이 되어 있었는데 눈이 내려서
걱정 어린 말을 하자
어떤 분이 이런 말로 나를 위로했다.

'걱정 마세요
4월에 내리는 눈은 아무 힘이 없어요.
내릴 때 뿐 이에요.
쌓이기 전에 녹아 버립니다.

그 분 말대로
그렇게 내렸던 눈들이
밑에서는 벌써 녹기 시작했다.

 바람이 아무리 매섭다 해도
4월 춘풍을 무슨 수로
막겠는가.

어머니가 보고 싶을 정도로
어려웠던 고난들도
부활의 봄을 무슨 수로 막겠는가.



내게도
4월의 눈이 내렸다.

이번 건강검진에서 신장(腎臟)에 이상이
발견되어 정밀검사를 받아보니
좋지 않은  최종진단이 나왔다.

하지만
의사의  선고는
내겐 4월의 눈이었다.

왠지 특별한
선물을 받은 느낌이랄까.

비록 한쪽 콩팥 반 정도는
도려내야 하지만
이쁜 암이
한쪽에 몰려있어 수술만 잘하면
문제가 없단다.



4월에 내린 눈이라
살짝 얼굴 내민 꽃망울이
어안이 벙벙했겠지만,

4월이라
얼마든지 철없는 눈을
방긋 웃어 줄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눈물이 났다.

마치
그 분의 고난도
봄이 다가오자 모든 고통과 슬픔도
녹아버리듯이

4월의 눈은
여유와
낭만 그리고
변화를 기대하기에 감사할 뿐이다.



주님,
4월에 내린 눈처럼
우린 때론
예의치 못한 고난을 통해
난감해 하지만

이제 보니
그 눈은 축복이요
은혜임을
알아가기에
더 큰 감사를 드립니다.

이해할 수 없는
고난은 있을지 몰라도

이유 없는
고통은 없기에

4월의 눈을
도리어
반기며 기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