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글

[단독 인터뷰] 탈북 김모 할머니

정병식 2015. 11. 29. 17:25


 

[단독 인터뷰] 탈북 김모 할머니 “북한서 가슴에 품은 하나님 남한 가서 열매 맺는 게 소망”

성경·찬송가 줄줄이 암송… 탈북 70대 후반 김모 할머니 제3국서 동영상 인터뷰

 
[단독 인터뷰] 탈북 김모 할머니 “북한서 가슴에 품은 하나님 남한 가서 열매 맺는 게 소망” 기사의 사진
북한에서 70여년 동안 비밀리에 신앙생활을 해온 김모 할머니(왼쪽)가 최근 제3국 안가에서 자신이 필사한 성경과 찬송가 가사를 딸과 함께 읽고 있다. 위 작은 사진은 김 할머니의 북한여권. 갈렙선교회 제공

 

북한에서 기독교인이라는 신분을 숨긴 채 신앙을 지켜 온 70대 후반의 여성 김모씨가 최근 탈북해 제3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탈북자 구호단체인 갈렙선교회 대표 김성은 목사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여성은 북한에서 70년 가까이 기독교 신앙을 간직해 온 탈북자”라며 “얼마나 간절히 믿었던지 주요 성경 구절과 찬송가 가사를 달달 외울 정도”라고 밝혔다.

갈렙선교회가 공개한 동영상 인터뷰에 따르면 백발이 성성한 김씨는 밝고 꾸밈이 없었다. 70년 넘게 하나님께 의지하며 지내서인지 깡마른 얼굴인데도 표정에선 여유와 행복이 느껴졌다.

김씨는 북한에서 70여년 생활했으며 딸을 보러 A국에 잠시 나왔다가 탈북을 결심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신앙의 자유가 있는 남한으로 가서 교회에 다니고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학교 교사였던 막내 이모를 따라 교회에 처음 나갔다고 간증했다. 13세 때 세례를 받은 그는 지금도 교회학교 때 배운 말씀을 암송할 수 있고 찬송도 즐겨 부른다.

현재 북한에 기독교를 믿는 성도들이 남아 있느냐는 질문에는 “6·25전쟁을 겪으면서 교회와 예수 믿는 사람들이 다 사라졌다. 목사님들하고 다 잡아갔다”고 했다. 그는 “믿는 사람이라도 나라(북한 당국)에서 반대하니까 믿을 수가 없다”며 “마음으로 믿는 사람이 있을지는 몰라도 공개적으로 믿는 사람은 없다. 성경을 갖고 있다 발각되면 당장 잡아간다”고 말했다. 또 “한 번은 친척이 성경을 갖고 있다가 발각됐는데 다행히 3·1운동에 참여한 훌륭한 집안이라 풀려날 수 있었다”며 “기독교 신자인 게 밝혀지면 반혁명 분자나 정치범으로 몰아 수용소로 끌고 간다”고 전했다.

“원래 우리 집이 할아버지 할머니 때부터 기독교 집안이었어요. 할머니는 권사, 할아버지는 장로였고요. 외할머니도 성신(성령)을 받은 분이셨는데 막내 이모에게 다 전수했지요. 몇 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근처에 살던 막내 이모에게 성경말씀을 배우며 믿음을 잃지 않고 살 수 있었지요. 막내 이모도 성신을 받았는데 외할머니에게서 받은 성경과 찬송책을 가지고 계셨지요. 헐고 헌 성경을 읽고 또 읽으며 제게 아브라함과 모세, 삼손, 노아, 룻, 영생, 구원, 최후의 심판 이야기를 재밌게 말씀해 주시곤 하셨죠. 교회생활은 못했지만 혼자 기도하고 말씀을 묵상하며 신앙생활을 했습니다. 간증은 오늘 처음 하는 겁니다….”

김씨는 A국에 머무는 동안 성경을 공부하면서 필기해 놓은 신앙노트를 꺼내 보여줬다. 구약과 신약 66권 제목과 십계명, 주기도문, 사도신경은 물론 300여개의 성경구절도 줄줄 외웠다.

그는 그동안 북한에서 통제를 받으며 힘들게 살았지만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이었다고 털어놨다. 신앙을 갖고 스물한 살에 남편을 만나 살다 탈북을 선택한 것, 첫아이는 갑자기 죽었지만 착한 딸을 둔 것, 힘들고 고난당할 때마다 하나님을 의지한 것 등도 하나님의 인도하심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었다고 고마워했다.

북한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생활총화’ 시간이었다고 했다. 누구나 참석해야 하는 ‘생활총화’는 자신과 다른 사람의 업무수행과 사생활 등에서 나타난 잘못을 비판하는 이른바 자아비판과 상호비판 회의다.

그는 “하나님 말씀에 비판받지 않으려거든 비판하지 말라고 했다”며 “비판하면 좋아할 사람 세상에 없다. 생활총화 시간이 되면 누구를 선택해 잘못한 것도 없는데 트집을 잡아 비판하곤 했다. 그러면 서로 원수가 됐고 말도 안하게 되고 정말 견디기 힘들고 괴로운 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의 차이에 대해 그는 “믿는 사람은 하나님께서 평안을 주신다고 했기 때문에 시련과 고통이 와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또 “하나님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족한 줄로 알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여기서 살든, 조선(북한)에서 살든 괜찮다. 아멘”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 그는 잠시 눈을 감고 기도를 드렸다. 죄 많은 사람에게 하나님이 큰 은혜를 부어 주셨다고 했다. 부모와 이모에게서 배운 신앙과 하나님의 말씀을 1000만 가슴에 뿌리고 예수 사랑의 열매를 맺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갈렙선교회 관계자가 "남한은 교회도 많고 풍요롭지만 교인들 중에는 '하나님이 어디 있느냐'며 신앙생활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하자 그는 "하나님 말씀에 재물이 많은 자는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기가 심히 어렵다고 기록돼 있다. 남한에 곧 가게 되면 하나님을 부정하는 이들에게 북한에서 체험한 하나님을 증거할 것이다. 이것이 제 인생에 마지막 남은 사명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그동안 수많은 탈북자들을 만나고 상담했지만 이렇게 말씀을 많이 알고 암송까지 하는 탈북자는 처음이라며 놀라워했다. 김씨가 연로해 귀는 잘 안 들리지만 그동안의 일과 신앙생활은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북한에는 아직도 기독교 신앙을 지키고 있는 '그루터기' 신자들이 남아 있다"며 "김씨가 하루빨리 한국으로 오도록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기도와 관심, 후원을 기다리고 있다. 빨리 평화통일이 돼 북한 주민들도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