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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일이....

정병식 2015. 9. 14. 12:33

입력 : 2012.11.23 03:01 | 수정 : 2012.11.23 07:00

48년간 21명 입양한 70대 연금·후원금 빼돌리고 학대
병으로 숨졌다는 장애인 2명 심한 영양불량 상태로 드러나
방송선 '천사 아버지'로 소개도

장애인들을 가둘 때 이용한 검은색 움막집. 안쪽은 장씨가 살던 본채.
48년간 장애인 21명을 입양한 뒤 이들에게 나온 연금과 후원금을 빼돌리고, 장애인을 학대해 온 장모(73)씨가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장씨와 함께 살다 숨진 장애인 두 명이 영하 10도의 병원 시신 보관실에 12년간 방치됐던 사실도 확인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중증 지적 장애인을 입양해 함께 거주하며 학대를 일삼고 장애인 연금과 후원금을 횡령해온 장씨에 대해 직권 조사를 마친 후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22일 밝혔다. 그는 88년도와 94년 모 공중파 방송에 출연해 장애 아동을 보살피는 '천사 아버지'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인권위 조사 결과 전혀 딴판이었다.

장씨는 1964년 길가에 버려진 장애 아동을 데려다 키운 것을 시작으로 1986년까지 모두 21명을 입양했다. 이 중 16명은 1989년 무렵 장씨가 9개월여 동안 구치소를 간 사이 모두 실종됐다. 출소한 장씨는 시설 등에서 장애 아동 6명을 다시 찾아와 1997년 강원도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들은 움막집에 갇혀 지내며 새벽부터 밭에서 고구마를 캐고 나무를 베는 등 온종일 일만 했다. 굳게 잠긴 철문을 열고 나가려다 장씨에게 발각되면 발바닥과 어깨를 몽둥이로 수차례 얻어맞고 며칠씩 굶었다. 장씨는 한 장애인의 양팔에 '장애인'이라는 문신과 연락처를 강제로 새겨 놓기도 했다. 이 피해 장애인은 여러 번 도망갔지만 문신으로 새겨진 연락처 때문에 번번이 잡혀와 '죽기 직전까지' 맞았다.

이번 조사 과정에서 한 장애인은 직장암 말기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또 다른 장애인은 치아가 아예 없고 한쪽 청력과 시력을 잃은 상태였다. 2000년과 2002년 병으로 사망한 피해 장애인 모두 심한 영양 불량 상태였다. 한 피해 장애인은 조사 과정에서 사망한 피해 장애인에 대해 "오랫동안 아팠는데 아버지가 병원에 데려가지도 않고 돌보지도 않았다"고 진술했다.

피해 장애인의 양팔에 새겨져 있는 문신이다. 장씨는 팔뚝에 ‘장애인’이라는 글자와 함께 자기 연락처를 새겨 놓았다. 장애인이 도망가더라도 연락이 오도록 한 것이었다./국가인권위원회 제공
매달 국가에서 지급된 장애인 연금과 복지 급여 180만원은 수년간 고스란히 장씨의 생활비로 쓰였다. 장씨는 또 장애인 자녀를 내세워 방송에 출연하거나 교회에 홍보하러 다니며 후원금을 모으기도 했다.

장애인 시신을 10년째 안치하고 있는 병원 관계자는 "현행법상 보호자가 인계받지 않는 시신은 장례를 치를 수 없기 때문에 법원에 조정 신청을 냈더니 '서로 상의해 결정하라'는 답이 내려왔다"며 "장씨와는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포기했고, 사회단체에 연락하거나 장씨에게 '사체유기죄'가 적용되는지 알아보는 등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권위 담당 조사관은 "장씨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피해 장애인들의 진술이 일관되고 온몸에서 상처가 발견되는 등 증거가 있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