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가 얼마나 길고
덧없는지를 느끼지 않아도 좋을
그 다음 날이 왔고
그 날은 오래 잊혀지지 않았다
하얀 잎,
하얀 잎,
하늘에 떠 가는 하얀 잎들
모든 흐름이 나와 더불어 움직여 가고
또 갑자기 멈춘다
여기
이 구름들과
끝이 없는 넓은 강물에 유영하면서
어떤 섬세하고 불타는 삶을
나는 가지려고 했었다
그리고 그것을 분명 가졌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얼마나 하찮았던가,
여기
이 하얀 잎,
하얀 잎과 같은 빗방울
허공에 떠 가는 더 많은 하얀 잎들처럼
바람도 자고 물도 맑은 날에
나의 외로움이 구름들을 끌어당기는 곳
그것들은 멀리 있다, 더 멀리에
그리고 때로는 걷잡을 수 없는 흐름이
그것들을 겨울하늘 위에 소용돌이치게 하고
순식간에 차가운 얼음 위로 끌어내린다
그리고 차가운 하얀 비가 내린다
자연은 인간을 속이는 법이 없어
이제 이비가 그치고 나면
하얀 목련이 필 봄이 올 것이다
그리고 나는
조그마한 인연의 끈 하나를
화두처럼 두손에 움켜잡고
그냥 떨리는 마음으로
밤을 지새울지도 모른다
그렇게 세월은 가고
계절은 흐르는 것을...
아직 잠이 덜 깬 어둠 속에 찾아온 그림자 있어
가슴에 불을 켜네.
누구인가 나를 흔드는 이가
잠드는 시간까지도 놔주지 않는 긴 그림자
별들은 조용한 침묵으로 쓸쓸히 웃고 있네.
고요한 정적이 사무치게 외로웠나 보다.
별아,
외로울 땐 우리 편지를 쓰자.
그리움으로 허기진 하루가
밤을 다 지나지도 못하고
안타깝게 또 깨우는 것을
어쩌랴,
날을 수 없는 날개는 비에 젖어 슬프다 말하고
내가 깨어 있는 시간의 모두를 다 앗아가고도
혼절하듯 잠들고 싶은 밤에도
이렇게 몸살 나게 흔들어 편지를 보내라 한다.
그리움아,
한밤 내 써놓은 사랑의 편지는
미명에 하얀 기도로 띄워 보낸다.
- 조용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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