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과 · 시

그렇게 세월은 가고

정병식 2015. 12. 2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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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가 얼마나 길고 덧없는지를 느끼지 않아도 좋을 그 다음 날이 왔고 그 날은 오래 잊혀지지 않았다 하얀 잎, 하얀 잎, 하늘에 떠 가는 하얀 잎들 모든 흐름이 나와 더불어 움직여 가고 또 갑자기 멈춘다 여기 이 구름들과 끝이 없는 넓은 강물에 유영하면서 어떤 섬세하고 불타는 삶을 나는 가지려고 했었다 그리고 그것을 분명 가졌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얼마나 하찮았던가, 여기 이 하얀 잎, 하얀 잎과 같은 빗방울 허공에 떠 가는 더 많은 하얀 잎들처럼 바람도 자고 물도 맑은 날에 나의 외로움이 구름들을 끌어당기는 곳 그것들은 멀리 있다, 더 멀리에 그리고 때로는 걷잡을 수 없는 흐름이 그것들을 겨울하늘 위에 소용돌이치게 하고 순식간에 차가운 얼음 위로 끌어내린다 그리고 차가운 하얀 비가 내린다 자연은 인간을 속이는 법이 없어 이제 이비가 그치고 나면 하얀 목련이 필 봄이 올 것이다 그리고 나는 조그마한 인연의 끈 하나를 화두처럼 두손에 움켜잡고 그냥 떨리는 마음으로 밤을 지새울지도 모른다 그렇게 세월은 가고 계절은 흐르는 것을...
      아직 잠이 덜 깬 어둠 속에 찾아온 그림자 있어 가슴에 불을 켜네. 누구인가 나를 흔드는 이가 잠드는 시간까지도 놔주지 않는 긴 그림자 별들은 조용한 침묵으로 쓸쓸히 웃고 있네. 고요한 정적이 사무치게 외로웠나 보다. 별아, 외로울 땐 우리 편지를 쓰자. 그리움으로 허기진 하루가 밤을 다 지나지도 못하고 안타깝게 또 깨우는 것을 어쩌랴, 날을 수 없는 날개는 비에 젖어 슬프다 말하고 내가 깨어 있는 시간의 모두를 다 앗아가고도 혼절하듯 잠들고 싶은 밤에도 이렇게 몸살 나게 흔들어 편지를 보내라 한다. 그리움아, 한밤 내 써놓은 사랑의 편지는 미명에 하얀 기도로 띄워 보낸다. - 조용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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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꽃 져 버린 겨울 뜨락에/창 열면 하얗게 뭇서리 내리고
나래 푸른 기러기는 북녁을 날아간다/아 이제는 한적한 빈 들에 서 보라
고향 길 눈 속에선 꽃등불이 타겠네/고향 길 눈 속에선 꽃등불이 타겠네

달 가고 해 가면 별은 멀어도/산골짝 깊은 골 초가 마을에
봄이 오면 가지마다 꽃 잔치 흥겨우리/아 이제는 손 모아 눈을 감으라
고향 집 싸리울엔 함박눈이 쌓이네/고향 집 싸리울엔 함박눈이 쌓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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