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은 거룩한 주일입니다. ♥
저희들이 유월절 음식을 어디다 차리면 좋겠습니까 묻는 제자들에게 예수님
께서는 성안에 들어가 이러저러한 사람을 찾아가서 우리 선생님께서 자신의
때가 왔다고 하시면서 제자들과 함께 댁에서 유월절 음식을 잡수시겠다 전
하라 하셨습니다. 제자들은 예수께서 일러주신대로 만찬 준비를 하였습니다.
위의 말씀은 마태복음 26장에 나오는 유월절 만찬을 준비하는 이야기입니다.
예수님 곁에는 늘 12 명의 제자들이 수행을 하며 모든 일처리를 하고 있었습
니다. 그런데 성경을 주의 깊게 읽어보면 결정적인 순간에 예수님의 필요를
시기적절하게 해결하는 손길은 따로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할 때도 나귀를 제공한 사람이 있었고, 유월절 만
찬을 준비한 사람도 주님을 따르던 제자들이 아니었습니다. 주님 곁에는 이
처럼 이름없이 충성하고 봉사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사도 바울은 이런 신
실하고 충성된 제자들이 열두 사도 외에 오백여명이나 되었다고 고전15:6절
에 증언하고 있습니다.
주님이 택하신 열두 제자들,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가룟 유다를 제외한 열한
제자들은 자기들만이 주님과 가장 가깝고 가장 충성한다고 여겼을 것입니다.
그것은 자기들끼리 누가 주님께 더 인정받는 큰 자인지 다툰 것만 보아도 신
앙적 우월감이 그들을 지배하고 있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그들이 하지 못하는 충성을 이름 없는 제자들이 하고 있었습니
다. 주님이 타실 나귀를 바치기도 하고 유월절 만찬장을 준비하기도 하는 가
하면, 한 여인은 삼백 데나리온이나 되는 향유를 아낌없이 주를 위해 바치기
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주님 곁에는 이름도 빛도 없이 충성하는 성도가 참으
로 많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나 아니면 주님께 충성할 자가 없다고 생각하든 지, 나만큼
주님께 충성하는 자가 없다는 오해와 착각을 버려야 합니다. 주님은 그 누구
없이 주님 혼자서도 충분히 교회를 온전히 이끌어 나갈 수 있으시며 또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더 훌륭히 수행해 나갈 자들을 얼마든지 더 많이 세우실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겸손한 성도, 타인의 신앙을 배우는 성도들이 되어
야 할 것입니다.
연말을 맞아 각 교회가 결산과 새해 예산을 편성하며 또 새로운 봉사자와 일
꾼을 선출할 것입니다. 아마도 이미 중직에 피택된 성도도 있을 것이고 아쉽
게 탈락되어 서운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신 성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교회에서 직분은 사회의 직책처럼 계급이 형성되는 감투가 아닙니다.
어쩌면 주님께서는 눈에 띠게 바쁜 봉사자들보다는 이름없이 숨어서 헌신하
는 성도들을 더 충성된 종이라 칭찬하실지도 모릅니다.
신앙적 우월 의식은 우리의 신앙을 병들게 하고, 마침내는 영적인 죽음에 이
르게 하는 독초입니다.
혹시 우리들의 주위에 교회의 임직자 선출 결과에 서운해진 성도들이 있다
면 위로와 격려가 있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직분보다는, 중심
을 보시는 분이심을 알고 더욱 겸손하게 충성하고 헌신할 수 있도록, 기도로
견인하는 성숙하고 지혜로운 성도들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내일은 거룩한 주일입니다.
우리 모두 신앙적 우월 의식을 버리고 경건하게 하나님을 예배하며, 주님을
찬송하고, 어려운 이웃과 우리들의 가정과, 교회와 나라와 민족의 장래를 위
해 기도하는 거룩한 주일되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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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교절의 첫날에 제자들이 예수께 나아와서 이르되 유월절 음식 잡수실 것을
우리가 어디서 준비하기를 원하시나이까
이르시되 성안 아무에게 가서 이르되 선생님 말씀이 내 때가 가까이 왔으니
내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을 네 집에서 지키겠다 하시더라 하라 하시니
제자들이 예수께서 시키신 대로 하여 유월절을 준비하였더라(마26:17~19)
2015.12.12.토요일
희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