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대에게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노을이 붉으스레 산등성 위에 머뭇거리고 있을때
문득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편안하게 부를 수 있는 그대 이름 하나면 되는 것을...
내가 그대에게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바람이 내 어깨 위를 스치고 지나 갈때
눈물 먼저 맺혀지며 떠 오르는 얼굴
그대에게 그리움의 편지 한 장
보낼 수 있으면 되는 것을...
내가 그대에게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어두운 밤 불빛 한 줄기 보이지 않아
우리가 길을 헤메이는 일이 생길지라도
세차게 불어오는 비바람이 우리가 서 있는 이 자리를
참을 수 없을 만큼 흔들어 놓을지라도
서로 마음하나 굳게 지켜가면 그만인 것을...
우리,
좋은 노래소리도 조금씩 아껴 가면서 듣도록 합시다
아름답게 빛나는 저 노을 한자락 가슴 속에 담아 두고
따뜻하게 살아 가도록 합시다
내가 그대에게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그냥 그대 이름 하나 편히 부를 수 있으면
그러면 되는 것을요...

널 위해서 시가 쓰여질 때
널 위해서 시가 쓰여질 때
난 행복했다
네 어둠을 비칠 수 있는 말이 탄생하여
그게 시의 개울이 되어 흘러내릴 때
난 행복했다
널 생각하다가 네 말이 될 수 있는
그 말과 만나
그게 가득히 꽃이 되어 아름다운
시의 들판이 될 때
난 행복했다
멀리 떨어져 있는 너와 나의 하늘이
널 생각하는 말로 가득히 차서
그게 반짝이는 넓은 별밤이 될 때
난 행복했다
행복을 모르는 내가
그 행복을 네게서 발견하여
어린애처럼 널 부르는 그 목소리가
바람이 되어
기류(氣流) 가득히 네게 전달이 될 때
난 행복했다
아, 그와 같이 언제나
먼 네가 항상 내 곁에 있는 생각으로
그날 그날을 적적히 보낼 때
공허(空虛)처럼
난 행복했다